“라푼젤만큼 머리를 길게 기르려면 몇 년쯤 걸릴까요?” “발톱은 왜 필요해요?” “태양계에서 가장 처음 생겨난 행성은 무엇이에요?” “윤년이 뭐예요?” “플라스틱은 무엇으로 만들고, 왜 환경에 해롭나요?”

아이들과 있다 보면 한 번쯤 나올 법한 질문들이다. 질문은 한 번에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. 쉴 새 없이 질문을 퍼붓는 아이에게 처음에는 성심껏 설명해주고, 모르는 건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보지만 어쩔 수 없이 귀찮아지기도 한다. “우리 몸은 뇌와 어떻게 소통해요?” 같은 질문엔 엄두가 안 날 지경.

이런 호기심 천국인 아이들과 사는 부모와 조부모를 구제할 책이 나왔다. <1일 1호기심 과학>(위즈덤하우스)은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하여 궁금한 어린이들의 질문 365가지와 전문가 88명의 대답을 엮었다.

책에 따르면 “라푼젤만큼 머리를 기르기” 위해서는 약 175년이 걸린다. 라푼젤의 머리카락 길이는 21미터 정도, 사람의 머리카락은 한 달에 평균 1센티미터쯤 자라기 때문. 그렇다면 아무짝에 쓸모없이 보이는 발톱은 사람에게 왜 필요할까? 발톱은 발가락 윗부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. 발톱 밑에 그물처럼 이어져 있는 혈관과 근육과 살이 다치지 않도록 지켜 주는 단단한 방패라고 할 수 있다.

책에는 실제로 아이들이 물어볼 법한 질문들이 많이 보인다. 이 책이 실제 어린이들의 질문을 받아서 하루에 세 가지씩 답해 주는 영국의 팟캐스트 〈태양 아래 모든 것〉(Everything Under the Sun)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. 영국에서는 애플 팟캐스트 어린이/가족 분야에서 1위를 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.

어린이들의 질문에는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몰리 올드필드와 함께 질문과 관련된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대답했다. 고생물학자, 신경과학자, 역사학자 등 학계의 전문가들뿐 아니라, 박물관 큐레이터, 유명 코미디언, 미쉐린 스타 쉐프, 미용사,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총출동했다.

하지만 단순히 질문과 답변만 이어지는 구성이었다면 책의 매력은 반감되었을 것이다. 이 책은 장르를 넘나드는 질문에 맞춰 영국, 일본, 체코,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화가 12명이 삽화를 그렸다. 다채로운 국적만큼이나 개성 넘치며 아기자기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그림이 전문가들의 답변을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. 아이들의 호기심 해결을 위해 한 권의 책에 무려 100여 명의 전문가가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.

어린 시절 아이가 품는 무궁무진한 궁금증은 막힘없이 뚫려야 한다. 호기심을 좇는 과정에서 탐구심과 사고력을 키우고 지적 모험을 즐기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. 그런 면에서 <1일 1호기심 과학>은 유아에서 초등학생까지 호기심이 가장 왕성한 아이들에게 365일 내내 척척박사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.